[정민아의 요즘 회사 이야기 5T] ABM 마케팅의 골든룰
B2B기업 대부분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의 고객은 딱 정해져 있고, 우리는 고객을 잘 알고 있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아닐 경우도 있지만 꽤 맞는 말일 때도 많다. 사무용 가구처럼 모든 산업의 기업이 다 도입할 수 있는 범용적인 B2B제품들이 있는 반면, 특정 산업 분야가 아니면 절대 구매하지 않는 제품도 있다. 비행기의 경우 항공사 및 대형 물류회사말고는 구매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 이처럼 구매할 수 있는 고객이 딱 정해져 있을 때 구사하는 B2B 마케팅 기법을 주요 고객사 중심의 마케팅이라고 하며, ABM(Account-Based Marketing, 이하 ABM)이라고 부른다. ABM은 효율성이 높다고 인식되고 있어 최근 들어 더 각광받는 중이다.

ABM은 전통적 역삼각형 리드젠과 정반대로 기획되고 시행되는 마케팅 활동
ABM은 범용적인 B2B마케팅이 추구하는 역삼각형 리드젠(Lead Gen, Lead Generation, 이하 리드젠)과 완전히 반대로 활동한다. 역삼각형 리드젠의 경우, 캠페인의 목표와 콘텐트가 결정되면 목표 시장을 정해 시장 내 인지도를 높이고, 관심을 표현하는 대상들을 상대로 추가 활동을 해 잠재적 리드를 확보해 간다. 인지 단계에서의 모수는 아주 크지만, 관심 있는 대상에서 잠재적 리드로 좁혀지는 과정에서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ABM은 첫 단계가 딱 정해져 있는 잠재 고객사 중 캠페인 목표에 부합하는 대상을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같은 조직 혹은 유사 조직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유사 대상을 찾아 확대해 나간다. 그런 다음 그들이 가장 원하는 콘텐트를 확인하고, 가장 선호하는 채널을 통해 콘텐트를 노출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고객을 팬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ABM의 성공을 위해서는 영업과 마케팅의 협업 케미가 제일 중요
ABM과 역삼각형 리드젠은 실행 단계의 차이도 있지만 더 근본적 차이가 있는데, ABM는 처음부터 영업과 마케팅이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관계를 기반으로 시작하는 ABM은 역삼각형 리드젠이 추구하는 하이퍼타겟팅(Hyper-Targeting)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다만,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얼핏 보면 ABM이 지금까지 B2B 기업이 줄곧 해 왔던 영업 중심의 활동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마케팅 기능이 약했던 B2B기업에서는 마케팅이 영업 지원 조직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ABM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ABM이 고객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고객 비즈니스를 한 차원 끌어 올려 줄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하기 위한 콘텐트와 채널 전략이라는 점, 마케팅과 영업이 한 팀이 되어 고객 니즈를 파악한 후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고객사(어카운트)는 바뀌지 않아도 담당자는 변하고 담당자의 취향도 변한다는 점 명심해야
ABM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 경험의 새로운 디자인이다. 오래 된 고객이고,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대체로 ABM의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수년 간 반복적으로 하던 대로, 늘상 하던 대로 ABM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고객의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하고 이에 따른 니즈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외에도 고객의 채널 선호도 및 콘텐트 취향도 계속 바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결과, ABM 또한 다른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프로세스로 인식되어야 한다. ABM의 대상이 되는 주요 고객처의 담당자들이 이제 점차 MZ세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몇 십년째 딱 정해져 있는 고정된 시장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이 변하고 그들의 취향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트와 채널에 대한 고민이 끝없이 이뤄져야 하는 프로세스이다.
대다수 B2B기업은 ABM과 역삼각형 리드젠 병행해야 하는 구조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ABM에 대해 설명하면 B2B기업들은 아주 기뻐한다. 전통적 영업 방식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좀 더 조직 내에 적용하기 쉽고 비용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해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B2B 기업에서는 ABM과 역삼각형 리드젠 마케팅이 병행되어야 한다. B2B 기업들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주력 제품은 고객이 딱 정해져 있는 ABM의 영역인 경우가 많고, 새롭게 추진하는 신사업의 경우 좀 더 범용적인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역삼각형 리드젠의 영역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B2B 기업의 마케팅 조직은 ABM과 리드젠에 동시에 익숙해져야 한다. 한 가지 방법론만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의 기업 목표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Who is> 정민아 님은?
기업들의 PR 및 마케팅 대행을 20년 이상 하고 있다. 기술과 혁신에 관심이 높아 2018년에는 [하룻밤에 읽는 블록체인]이라는 책을 출간해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설명했다. 지금은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앨리슨+파트너스(Allison+Partners)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PR기업협회(KPRCA) 회장직을 2019년과 2020년 2년간 수행했다. 전문가를 넘어 기업가로 성장하려고 노력 중이며, 마케팅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 알아 두면 유용한 요즘 회사 이야기를 트렌드(Trend), 기술(Tech.), 협업(Teaming), 타이밍(Timing), 변화(Transformation)라는 5T로 이야기할 예정이다.